


용적률 완화와 수직개발은 포화상태인 수도권 지역에 주택공급을 위한 중요한 카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행 용적률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적이어서 주택공급을 더디게 하고, 나아가 도시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중부일보는 전문가 자문을 통해 규제 개선이 필요한 지역을 둘러보고 현재의 상황과 미래 발전 방향에 걸맞은 제도 개선책을 제시한다.
용적률이란? 대지 내 건축물 바닥면적을 모두 합친 면적(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위로 쌓아올릴 수 있는 건축면적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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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세권' 수원 매산동
용적률 규제에 눌려 슬럼화

용적률 문제로 수익성 불확실
불확실한 수익성 등의 문제로 정비사업이 무산되면서 경기 지역 곳곳의 정비구역이 지정 해제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시·군 정비사업 해제구역은 22개 시, 226구역(재정비촉진사업 127구역, 일반정비사업 99구역)에 이른다.
이 지역들은 대부분 정비방안과 관리대책 미흡으로 노후 가속화와 슬럼화를 겪고 있다.
경기 지역 곳곳
정비구역 지정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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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에 우뚝 선 49층 여주 천송동 주상복합
최대 용적률 적용의 나쁜 예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법률상 최대 용적률 허용이 기이한 도시 경관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여주시 천송동 599 일대 조성된 49층 주상복합 ‘여주KCC스위첸’이다. 이 건물은 여주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라 일반상업지역 용적률 상한선(1천300%)에 가까운 1천100%로 건축됐다.
그러나 대부분 4층 이하 높이로 지어진 주변 상가들과 비교해 키 차이가 심해 고작 500m 떨어진 곳에서 봐도 다른 건물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더욱이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 지어져 상가는 한적했고 곳곳에 임대문의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장윤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로 편차가 심한 경기도 특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개발 수요가 낮은 외곽 지역의 용적률은 낮추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주택공급 대안으로 제시한
공공재건축 시장반응 냉담
정부는 8·4 대책에서 공공이 참여하는 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 지역에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차갑다. 용적률과 층수 규제가 완화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기부채납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방식으로 추가 건축 주택의 최대 90%만큼 이익을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재건축 참여 의사 밝힌 사업장 없어 서울 미아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재건축은 조합의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것인데 정부안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 핵심”이라며 “공공기여 비율을 높인다면 차라리 재건축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용적률 완화법’ 발의…
해묵은 규제 손질되나?

국회에선 법률상 용적률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국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김 의원은 제1·2종전용·일반주거지역에 100~300%, 제3종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에 200~900%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도시발전 막는 또 다른 규제
용도용적제
용도용적제란? 용도지역의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설 용도에 따라 용적률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 상업지역에서 주거복합건물을 지을 때 상업용도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각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비주거 비율 하한선을 정하고, 주거 비율이 증가할수록 건축물 전체 용적률은 줄어들게 규정하고 있다.

#2
하남시 풍산동 일대 근린상업용지
용도용적제 직격탄 맞아
‘유령도시’ 방불
지하철 5호선 미사역과 도보로 20분 소요돼 중심상업용지와 그리 멀지 않다. 특히 좌측으로 도로 하나만 건너면 초등학교와 4천여 가구의 아파트 대단지가 있어 배후수요가 풍부하다. 또 전방 도보 10분 이내 대단지까지 포함해 수익성을 올릴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건축물 준공 이후 본격적으로 분양에 들어간 지 2년 넘게 지났지만, 상가 공실률은 대부분 절반을 넘어서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상업 기능 가치 없으면 주거 기능
대신 넣어야 하는데 규제에 부딪힌 상황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도시계획 당시 상업 수요에 비해 상업용지 면적을 너무 넓게 설정한 탓에 상업시설이 과잉공급되고 있다”며 “남근상 전체 상가 공실률은 60%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일괄적인 주거시설 제한이 도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과도하게 주거복합개발을 억제하면 상업지역 내 건축개발이 위축되거나 업무시설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첨단산업과 신성장산업 발전으로 공간을 필요로 하는 소매업이 점차 사라져가는 상황이므로 상업시설 내 주거용도 규제를 완화하는 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현실적이고 확실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 제언
도시의 가치를 찾기 위한 방안은
용적률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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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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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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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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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

#3
용적률 완화 통한 수도권 주택공급 적임지
‘미래 초역세권’ 용인 구성역 수직개발 해야
지금은 허허벌판인 이곳이 첨단산업과 상업, 주거,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품은 ‘용인 플랫폼시티’로 개발된다. 사업대상지는 구성역이 있는 마북동과 보정동, 신갈동 일대 275만6천853㎡ 규모다. 신도시 개발과 발맞춰 수도권광역급행철도망(GTX), 지하철, 고속도로가 연결돼 수도권 남부 교통 요충지로 성장할 예정이다.
김현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은 용인 구성역을 용적률 완화를 통한 고밀 개발의 적임지로 꼽았다. 김 교수는 "삼성, 잠실, 강남 등 서울 주요 도심의 환승센터뿐만 아니라 성남, 수원 등 수도권을 통틀어 유일하게 빈 땅이 남아 있는 곳"이라며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아 용적률을 대폭 상향해 주택공급을 쉽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물이 들어차기 전에 용적률을
대폭 상향할 기회 잡아야”
-김현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